안녕하세요?

금일 오후 일요일에 마포점을 방문 및 시음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에 쉬시지도 못하고 나오셔서 맞아주시고, 좋은 차를 시음하게 해주신 쇼핑몰 관리자(중사모님 맞나요?^^;;)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중국차를 처음 접한 것은 약 10여년이 조금 넘은것 같습니다. 물론 그 후로 많은 공백이 있었구요.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동호회를 시작하여 매일 같이 커피를 들이키던 중, 어느날 같은 동호회에 계시던 모 교수님이 중국의 친한 다른 교수분이 보내주신 차라고 하면서 차도 같이 맛보자고 하였습니다.

차라고 하면 흔히 중국집에서 마시던 재스민차등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차는 꽃다발을 안는 것처럼 각종 꽃향이 진동을 하길래 이런 차가 있었나 싶어 그때부터 중국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차의 이름은 안계 철관음이라고 하셨지요.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해외에 나갈일이 있어 면세점 등에서 안계철관음이라 써진것을 보고 사면.. 당최 그 맛과 향이 나지 않는 겁니다.

또한 98년 정도로 생각이 되는데요.. 당시 제가 알기로는 유일했던 중국차를 전문으로 하는 인사동의 지대방이라는 찻집이 기억납니다. 그 집에서 지인분과 보이차도 마시게 되었는데..

아시다시피 그때만 해도 보이차는 시골 국민학교 뒷편의 지푸라기냄새가 강할수록 좋은차(?)라고 다들 생각하던 때였고, 그 냄새도 사실 어릴적 기억속의 향이라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았네요.

저는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 지푸라기 썩는 냄새에 적응 못하는 사람도 많았고, 다른 대홍포차나 이런 차들도 인상적이지 못해서 저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차를 접할 기회가 없어 점차 중국차와 멀어지게 되었고, 그 안계 철관음의 강렬했던 기억은 깊이 감춰지게 됩니다.

그로부터 음식동호회와 와인, 싱글몰트 위스키에 빠져들게 되고, 차는 가끔 마시지만 우전 녹차 혹은 프랑스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레 등의 홍차등을 가끔 마시게 됩니다.

그러기를 수년째 하던 중, 음식동호회 분이 보이차를 접하게 되시면서, 예전에 제가 알고 있던 세계(?)와는 또다른 세계가 더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숙차 한종류와 중국 홍차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숙차는 예전에 알고 있던 바로 그 맛이었고, 숙차 중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것으로 골라주신듯 합니다.

그런데, 홍차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 것이, 홍차인데 봉밀향.. 흔히 꿀향이라고 하지요. 그런 향이 나는 겁니다.

(혹시 이 홍차가 어느 계열인지 아시면 저에게 좀 알려주세요^^)

그러면서, 다시 중국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 보니 제가 예전에 차를 마시던 때와는 다르게 수준높게 정말 좋은 보이차와 다른 차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지난 오랜 기간 동호회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믿고 신뢰할만한 곳을 공부하다보니 여기 중사모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좋은 것을 먹고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공부를 해야 하는것 같네요.

몇달 동안 예전에 부르고뉴 와인 지역 및 생산자 이름 외우듯이 일단 열심히 공부했습니다.ㅎㅎ

잡설이 무지 길었네요.. 여하튼 오늘 시음기를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점심 식사를 거하게 하고, 광흥창역으로 가서 주차를 하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주차비도 받지 않습니다.ㅎㅎ

즐거운 마음으로 북경도사 마포지점으로 올라가니, 관리자 분께서 맞아 주십니다.

차분한 인상과 말씀이 오길 잘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중국차를 제대로 마셔본 경험은 별로 없지만, 와인이나 싱글몰트 위스키, 커피, 차등은 통하는 면이 있는것 같아서 쉽게 빠져들(?) 수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통하면 돈이 많이 들겠지만.. 뭐 어디선가 생기지 않겠습니까?ㅜㅜ

1. 경매산 고수차

죄송하게도 처음부터 좋은 차만 마셔댔습니다.;; 물론 같이간 와이프가 좋아할 만한 차가 차기가 그리 강하지 않고, 단맛이 좋은 차를 원한다는 것도 있었구요. 제일 중요한 이유는,

"싸고 좋은 물건도 있지만, 좋은 물건은 항상 비싸다" 라는 지름신이 오게 하시는 만고 불변의 법칙이 있지요.;;; (오랜 동호회 생활동안 터득한 진리입니다.)

첫잔부터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풍부한 난향이 좋습니다. 맛은 고삽미가 적은 편이고 단맛이 많습니다. 도사님의 시음기 그대로네요.^^

신차임에도 마시기도 편합니다. 그 이후의 잔도 역시 비슷하게 좋고 3-4포 부터는 단맛이 좀 더 강조되네요.

엽저의 향을 직접 맡아보니, 푸릇푸릇한 풀냄새가 신차임을 알려주지만 은은한 향이 좋습니다.

2. 이무산 마흑채 고수순료

경매산 고수차와 느낌은 비슷합니다. 다만, 경매산 고수차와 다른 점이 향이 좀 더 복합적입니다. (너무 와인스러운 표현인것 같기도 하네요.) 경매산차가 풍부한 난향이라면, 마흑채는 난향 말고도 미세하게 뒤에서 올라오는 다른 향들이 좀 느껴집니다.

맛도 역시 경매산 차와 비슷하긴 한데.. 저는 향때문에 마흑채를 좀 더 선호할것 같네요.

3. 301 맹해차창 반장유기차

이 차도 기대가 컸습니다. 가격대를 보면 후덜덜한데.. 대체 뭐가 다를까..

첫잔의 향을 맡습니다. 강한 민트향이 머리를 때리네요. 순간.. 이거 물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관리자님 말씀으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차라는데.. 저는 확실히 호군요^^

강한 민트향에 이어서 뒤에서 올라오는 오래된 차로 넘어갈때 나는 향(?). 이걸 뭐라 하죠? 앞의 민트향같은 이 향이 노반장의 향인가요? 모르는게 많아서 죄송합니다.;;

특히 맛의 밸런스가 앞의 두 차에 비해 좋습니다. 입에서 꽉 차는 느낌이더군요. 내포성도 좋아서 두고두고 우려 먹었습니다.

고삽미가 강한 편이라고 하셨는데, 관리자님이 잘 우려주셔서 그런지 딱 적당한 느낌입니다. 마시고 나서도 목에서 올라오는 그 향이 너무 좋네요.

와인도 마시다 보면, 결국 밸런스가 좋은 걸 선호하게 되는데요.. 맛도 딱 그 느낌입니다.

4. 대로산청병

왕샤차창 이었나요? 반장유기차를 먹고 이번에 올라온 무비홍사대를 맛보려고 하니, 관리자 분께서 반장유기차에서 그걸로 넘어가면 안된다고 하셔서, 쉬어가는 의미로 대로산 청병을 주셨네요.

가격대비 좋은 차이고, 뒤에서 느껴지는 노차로 넘어가는 그 향은 좋습니다. 맛은 반장유기차맛에 밀려서..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느낌은 있네요. 반장유기차때문에 제대로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한것 같아 이 차에게 좀 미안합니다.^^;;

5. 301 맹해차창 무비홍사대

MD 추천아이템이라고 하시더니 역시 좋네요. 반장유기차 특유의 향과는 다른 향이고, 향이나 맛이나 모범생같은 이미지 입니다.^^

특히 맛의 밸런스에 있어서는 반장유기차에 뒤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첫맛이나 끝맛이 입안에서 꽉 차네요.

6. 안계 철관음

하도 오래되어서 잊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속의 그 향입니다.^^

어릴때 고향친구를 만난 것 같네요. 제 와이프가 너무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향이지요.

화향왕은 아니고 그 밑급이라는데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네요.

7. 봉황단총 지란향

중국 오룡차의 세계는 심오하네요.^^

이 향은 어떠냐 저향은 어떠냐 이래도 너가 반하지 않을 수 있겠냐.. 라고 말하는 듯.. 구수한듯 하면서 달콤한 향이 좋습니다.

맛도 딱히 흠잡을데가 없네요.

8.민동소종 홍차 특급

나중에 극품을 주문할 생각이라, 일부러 특급을 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시음하신 분들이 다들 극품을 드셨는지, 이 통은 쌔삥이라 새 통을 처음으로 시음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극품에 비해 좀 더 큰 잎이라고 하셔서 좀 클줄 알았는데.. 이것도 너무 작네요. 우전 녹차잎만 하네요.

인도나 스리랑카의 좋은 아쌈이나 다즐링 홍차같은 섬세한 느낌보다는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 주장이 너무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인에게 선물받았던 봉밀향이 나는 홍차와는 다른 방향으로 아주 좋은 차네요.

* 향만 맡아본 극품 백계관.. 이것도 아주 물건인것 같네요.^^

9. 05 중차공사 궁정공병

숙차를 하나 시음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샘플로 받아 시음해본 80년대 하관차창 철숙병의 느낌과 비교해 보고 싶었습니다.

입에서는 좋은 차라고 느껴집니다. 안좋으면 이상한 거죠..

그런데 문제가, 머리속에서는 철숙병보다 별로지 않냐라고 속삭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건데..

사람 입이 너무 간사하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도대체 내려올 줄을 모르니..;;

* 번외편 : 80년대 하관차창 철숙병

오늘 아침에 일어나 공복상태에서, 시음해 봤습니다. 약 4g정도 우려낸것 같습니다. 끓는 물을 붓기전에 노차는 무슨 냄새가 날까 싶어 잠시 맡아 봅니다만 냄새가 나지 않네요.^^

물을 붓고 잠시후 맛을 봅니다. 말이 필요 없는것 같네요. 많이 마셔본적은 없어도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숙병 종결자인것 같습니다.

부드럽고 감칠맛 나고.. 숙병을 거의 마셔본적이 없는 와이프도 왜 이리 부드럽냐고 하네요.

시음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아침에 우리던 것을 다시 우려봅니다. 역시나 좋습니다.

05 중차공사 궁정공병을 15년 묵히면 이것보다 더 나으려나요?ㅎㅎ

나름대로 많이 마셨는데도, 집에 와서 전혀 속이 부대끼지 않고 좋습니다.^^ 이런게 좋은 차인것 같습니다.

도사님과 관리자님 덕에 좋은차 많이 마시고, 앞으로도 좋은 차를 많이 접할것 같습니다.

오늘 일요일 오후에도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관리자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