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보는 관점에서 보면 운남은 토양과 기후 등 자연조건이 매우 좋은 곳이지요. 그래서 고래로 양질의 찻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차문화는 낙후되어 있는 편이고, 제차기술도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통적인 운남의 제차기술은 그다지 특별한 게 없습니다. 채엽해서 살청하고 유념하고 말려서 압병하는 간단한 공법입니다. 제가 보이차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수없이 지켜봤는데 그다지 섬세하지 않고 대충대충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잘 하고 못 하는 사람이 나뉘어지지만 기본적으로 운남의 제차기술은 특출날 것이 없다는 말이죠.

차 만드는 기술은 복건성 사람들이 뛰어납니다. 중국의 유명한 차 중에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대개 복건성에서 시작된 것이 많습니다. 최근에 운남의 차산지에 복건 출신이 많이 진출하면서 현지의 좋은 원료를 가지고 복건성 기술로 다양한 차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민동 지역의 실력있는 차사부를 초빙하고 서쌍판납의 훌륭한 모차를 사용하여 백차와 홍차, 오룡차 등을 만드는 실험을 많이 하고 있고, 일부는 성공했습니다. 지금 제가 소개하는 차가 바로 그런 차 중에 하나입니다.

신묘년, 즉 2011년에 파달산 원료를 사용하여 민동소종 홍차를 만드는 기법으로 이 차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차를 만든 친구는 제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복건성 복정시 출신의 차상인입니다. 06년 즈음부터 산지를 뛰어다니며 차를 만들고 있는 열혈남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포장지에 쓰인 붉은 글씨의 색깔을 중국인들은 중국홍이라고 부릅니다. 붉은 색도 꽤 다양하지 않습니까. 중국인의 중국홍과 우리가 말하는 빨간색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국기에 나오는 바로 그 색입니다. 이 차가 홍차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면 진기가 꽤 되어보이는 보이차 같습니다.

홍차라니까 그런갑다 하지 사진만 보면 보이차와 다른 점이 없어 보입니다.

8g을 우려봅니다.

9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이런 차가 나온 지는 몇 년 안 됐습니다. 3~4년 전에 중국 차업계에서 백년고수홍차니 뭐니 하면서 엄청나게 비싸게 거래되던 바로 그런 차입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내포성이 좋고 독특한 향미가 있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 하면서 정말로 백년고수차로 만든 홍차라고 생각했었지요.

이 차를 마셔보면 홍차라고는 하지만 파달산 고산지대의 보이차 만드는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고삽미, 특히 삽미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1포에 삽미가 많이 느껴지고 2포부터는 대폭 줄어듭니다. 단맛이 많은 편이며 홍차의 달콤한 향이 좋습니다. 당장 마셔도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고, 장기 보관하여 후발효를 기대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민동소종을 만드는 공법으로 발효시켰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홍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맛과 향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의 홍차에는 없는 신품종 홍차인데, 마치 홍차와 보이생차의 중간 어디쯤인데 홍차 쪽에 조금 가까운 차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 이 차를 10년 후에 마시면 보이차 쪽으로 조금 이동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쯤이면 아마 30년 진기의 보이차 느낌도 좀 나지 않을까 싶네요.

엽저의 색깔을 보면 아무래도 홍차 엽저입니다.

그러나 엽저의 모양을 보면 일반 보이차와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