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 차이니 진기도 거의 20년이 되었고 가격은 그야말로 초염가입니다. 요즘 중국 보이차 시장 상황을 보면, 대익차는 많이 떨어져서 거래가 줄었고, 나름 지명도가 있는 회사의 차들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고, 지명도가 별로 없는 제품들도 소폭 상승세입니다. 코로나 영향이 커서 불경기인데다 가격까지 올라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거죠. 이런 상황에서 급매물로 나온 차입니다.   

창태집단의 죽통 포장은 나름 특징이 있습니다. 맨 위를 덮고 있는 죽순껍질이 비교적 밝은 색이고, 철사를 쓰지 않고 대나무 줄로 묶었습니다. 살짝 헐거운 편이라 노끈으로 묶어서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통을 열면 맨 위에 있는 병차는 책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비교적 많습니다. 사진의 차는 비교적 적은 편이고 더 많은 것도 있습니다. 찻잎을 먹지 않고 종이만 먹는 것이라 차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두번째 차부터는 비교적 깨끗합니다. 제가 이 차를 소개하려고 일부러 몇 건을 사서 확인해본 결과 대동소이합니다. 

400g 규격이라 일반 병차보다 큽니다. 같은 값이라면 더 이익이죠. 

포장을 열면 미세하게 습 먹은 티가 납니다. 그래도 백상이 없고 정상적인 병면이며, 진기에 비해 농익은 느낌을 줍니다. 가끔 맨 위나 맨 아래의 병차를 열어보면 책벌레가 종이를 갉아먹은 틈으로 미세한 가루가 들어가서 하얗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백상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백상이 아닙니다. 부드러운 솔로 털어내면 제거됩니다. 제가 여러 박스를 열어 확인해봤는데 백상은 거의 없습니다.

노진적차老陳的茶는 '노진의 차'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노진은 창태집단의 회장 진세회陳世懷 선생을 말합니다. 중국어에서 성 앞에 노老 자를 붙이는 것은 일종의 애칭 비슷한 겁니다. 중국인 친구들 중에 저와 친한 사람들은 저를 老金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진적차 시리즈는 다양한 지역의 차가 있고, 개중에는 고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태집단의 차 중에 고가인 것은 이창호 시리즈와 노진적차 시리즈입니다. 그 외의 잡다한 차들은 저렴한 편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포랑은 노진적차 시리즈 중에서는 비교적 싼 편이긴 하나, 일반 창태 제품에 비하면 비싼 편입니다. 

병면을 보면 아주 미세하게 백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없습니다. 광동에서 내내 보관된 차라 자연습을 조금 먹은 정도입니다. 완전건창이라고 하기엔 다소 손색이 있습니다만 이 차를 한국에서 보관하면 몇 달만 지나도 거풍이 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9시방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진기 18년의 차답지 않게 탕색이 아주 진하게 잘 나오고 내포성도 매우 좋습니다. 광동 보관이라 그렇습니다. 첫포에서 살짝 습먹은 티가 나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닙니다. 보이차, 특히 생차는 세월이 지날수록 발효도가 올라가면서 차성이 부드러워지고 차탕도 진해집니다. 처음에는 차성이 강해서 많이 마시기에 부담이 됩니다만 세월이 자날수록 점점 부드러워져서 물 대신 마셔도 괜찮게 됩니다. 이 차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미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겼습니다. 처음 샘플을 받아보고 며칠에 걸쳐 대여섯 번을 시음했는데 뒤로 갈수록 차품이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창고에서 갓 꺼냈을 때보다 더 깔끔해지고 맛있어졌습니다. 평소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차품이 괜찮고 주변에 한두 편씩 선물하며 권해도 괜찮을 정도로 초염가입니다. 

엽저를 보면 딱딱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완전 정상적인 노차의 엽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