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두세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용마서명입니다. 이 차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외포장이 커피색인 것과 지금 소개하는 붉은색 외포장입니다. 대개 붉은색 포장을 더 고급으로 칩니다. 참고 서적을 보면 붉은색은 남나야생차 원료이고, 커피색은 방위야생차 원료라고 나와 있습니다. 

광동에서 내내 보관되었는데 책벌레가 종이를 갉아먹은 흔적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광동의 창고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책벌레는 차벌레의 일종으로 주로 종이를 갉아먹을 뿐 차는 먹지 않습니다. 차품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찻잎 자체를 갉아먹는 차벌레도 있습니다만, 이 차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사진의 병차는 한 통 속에서 가장 위에 있는 것이라 책벌레가 많이 갉아먹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습을 많이 먹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 향을 맡아보거나 시음을 해보면 창미는 거의 없습니다. 완전건창으로 내내 보관된 차라고 하면 조금 손색이 있고 대략 건창으로 보관되었다고 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 차는 같은 통 속에서 나온 것인데 중간 부분에 있던 것입니다. 박스마다 편차가 좀 있는데, 지금 사진으로 찍은 것은 개중에 안 좋은 편에 속하는 것입니다. 용마서명이라는 이름은 용마동경호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든 것 같습니다. '용과 말의 기운을 띤 상서로운 좋은 차' 정도의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 茗은 차 중에서도 어린 잎으로 만든 고급차를 말합니다. 

400g 규격으로 출시되었는데 실제로 무게를 재보면 370~390g 정도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게가 좀 줄었습니다. 

병면을 보면 미세한 가루가 뿌려져 있습니다. 책벌레의 흔적입니다. 후~불면 없어집니다. 차품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9시방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이 차는 당장 음용하기에 적당합니다. 같은 진기의 다른 차에 비해 발효도가 현저히 높고 부드럽습니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이 차를 90년대 생차라고 느낄 사람이 많을 겁니다. 창미는 없으면서 발효가 잘 되었으니 더 이상 묵히지 않고, 생활 속에서 즐겨도 좋을 겁니다. 첫포부터 부드러운 단맛이 일품입니다. 회감도 빠릅니다. 고삽미가 별로 없어서 부드럽게 목을 적시며 넘어갑니다. 2포부터 제대로 맛이 나기 시작하는데 차탕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확 퍼지는 단맛이 매우 좋습니다. 발효도가 높으니 내포성도 좋습니다. 남나산 차는 고삽미가 많지 않으면서 향이 좋고 단맛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그래서 예로부터 좋은 차가 나는 산지로 이름이 높았고 지금도 명산지의 명차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 차 역시 그런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면서 명성에 걸맞는 좋은 차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나산 차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봅니다. 

엽저도 매우 좋습니다. 부드럽고 두툼한 것이 대수차 원료를 많이 쓴 것 같습니다.